도시철도 무임수송이 고령층의 사회활동을 촉진하고 건강 증진과 교통비 절감 등에 기여하면서 연간 6506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교통공사는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교통학회가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무임수송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와 장기 재정 전망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도시철도 무임수송으로 발생한 사회적 편익은 총 6506억 원으로 추정됐다.
고령층의 이동 기회가 늘어나면서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 교통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편익 가운데 건강 분야가 3386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살 예방에 따른 편익이 1421억 원으로 가장 컸고, 주요 질환 감소 861억 원, 우울증 예방 742억 원, 장기요양 진입 감소 198억 원, 병원 방문 시간 절감 163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교통·환경 분야의 편익은 2293억 원으로 산출됐다.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차량운행비 절감 효과가 1585억 원에 달했으며, 교통사고 감소 549억 원과 환경오염 저감 159억 원의 효과도 확인됐다.
고령층의 외출과 소비활동 증가가 지역상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827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편익은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에서는 무임수송의 사회적 가치가 2035년 8983억 원으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1조 59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역시 2025년 21.2%에서 2050년 40.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무임수송의 사회적 효과가 확대되는 만큼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당기순손실 합계는 2025년 1조 4821억 원에서 2030년 1조 9139억 원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3조 148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임수송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 의견도 조사됐다.
대한교통학회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앙정부가 주된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이 41.7%로 가장 많았다.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한 비율은 31.9%였으며,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9%에 머물렀다.
제도 존속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5%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24.4%, 보통이라는 응답은 24.1%로 조사돼 제도 유지에 동의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해외 주요 국가의 재정 지원 방식도 국내 제도 개선을 위한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프랑스는 교통조세와 지방정부 재정을 활용해 운임 감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있으며, 독일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교통약자 할인 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운영기관의 수입 감소분을 지방교통 당국이 보전하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도 교통복지 정책에 대한 정부 지원의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형 교통모델과 중증장애인 근로자 교통비 지원, 도서민 여객선 운임 지원 등 다양한 교통복지 사업에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국비 지원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개선책으로는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협의체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협의체를 통해 정부 부처별 역할을 조정하고, 무임수송 대상과 실제 이용 실적을 반영한 비용 산정 및 재원 분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임수송 적용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도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검토됐다.
분석 결과 연령 조정에 따라 운영기관의 완전자본잠식 시점을 최대 2년 정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2033년 완전자본잠식이 예상되지만, 적용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2034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적용 연령 변경만으로는 장기적인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비 지원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비용 분담과 제도 운영 방식의 합리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무임수송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정 투자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고, 관계 기관이 합리적으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