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며 애태웠던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듯, 메마른 땅을 견뎌낸 벼가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올여름 하동을 비롯한 경남지역은 유례없는 가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경남·부산·울산의 7월 강수량은 68.0㎜로 평년 304.7㎜의 22.3%에 불과해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올해 1월부터 8월 6일까지 누적 강수량도 558.1㎜로 평년의 60.4% 수준에 그치면서 농업 현장의 시름은 어느 해보다 깊었다.
특히 하동군은 농업용수 부족과 염류장해가 겹친 금성면 간척지를 비롯한 가뭄 피해지역에 소방차와 살수차는 물론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해 긴급 용수를 공급하는 등 한 포기의 벼라도 더 지켜내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왔다.
그렇게 농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가뭄과 사투를 벌인 들녘에서 마침내 ‘소중한 한 톨’의 결실이 시작됐다.
하동군은 지난 21일 금남면 진정리 일원에서 올해 첫 벼를 수확했다고 밝혔다.
첫 수확의 주인공은 금남면 진정리 정남석 씨다.
정 씨는 이날 2.64ha의 논에서 조생종 벼 ‘조은’약 14.4t을 수확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7.92ha의 논에서 모두 43t가량을 수확할 예정이다.
이번 수확은 지난 5월 10일 모내기를 한 지 약 100일 만에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유난히 뜨겁고 메말랐던 여름, 물 부족으로 하루하루 애를 태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 논이 마침내 황금빛 햅쌀로 농민의 품에 돌아온 것이다.
하동군은 고품질 쌀 생산과 농가의 영농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9억 1341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벼 재배농가에 육묘용 우량상토와 벼 육묘상자 처리제 등을 지원했다.
또한 벼 병해충 본답방제를 위해 지난해보다 8억 2147만원 늘어난 20억 8400만원을 투입해 3875㏊를 대상으로 세 차례 공동방제를 실시하는 등 안정적인 쌀 생산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6억 9700만원을 긴급 투입하고 국·도비 6억 6200만원을 확보하는 등 농업용수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가뭄 피해가 컸던 금남·금성면에는 소방차·살수차·레미콘 등 급수 지원차량 41대를 투입해 긴급 용수를 공급했으며 13개 읍·면을 대상으로 관정 개발·보수와 소류지 준설 등 가뭄 대응사업을 집중 추진했다.
이날 수확 현장에는 정남석 씨의 아들 정윤호 씨도 함께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황금빛 벼를 거두는 모습에는 긴 가뭄을 견뎌낸 안도감과 수확의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남석 씨는 “물이 부족해 논이 타들어 갈 때는 올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며 “아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낸 논에서 이렇게 첫 벼를 거두고 나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차다. 올해는 쌀 한 톨 한 톨이 어느 해보다 귀하고 고맙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기록적인 가뭄 속에서도 농민들의 땀과 정성, 지역사회의 힘으로 지켜낸 소중한 한 톨의 결실인 만큼 이번 첫 수확이 농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고 황금빛 결실이 하동의 모든 들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수확까지 병해충 관리 등 영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러ㅏ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