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정저널] 충북 옥천군 안남면 둔주봉 아래 대청호를 바라보며 조용히 창작활동을 해온 남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사랑조차 주거와 생계의 조건 앞에서 흔들리는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가난과 노동, 고독과 희망을 특유의 풍자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시집 속에는 표제인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사랑의 임대차 계약등 모두 54편의 시를 수록했다.
남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결핍의 현실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가난과 노동, 허기와 고독, 사랑의 실패와 모멸 같은 결핍의 현실을 따뜻한 서정으로 감싸기보다 거칠고 생생한 언어로 풀어냈다.
또 밀린 월세, 식은 밥상, 닳아가는 몸, 무시당한 말,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소식 같은 것들을 미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았다.
주변의 현실과 사회 구조를 생생한 이미지와 유머로 전달하면서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남 시인은 ‘19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다.
첫 시집 들리지 않는 발소리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노동과 인간의 존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로 완성했다.
시집 해설을 쓴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남호순의 시는 결핍들을 하나의 관념으로 정의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물과 감각의 형태로 보여준다”며 “그의 시는 절망보다 생활의 냄새가 먼저 난다”고 했다.
그의 이번 시집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는 시집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남 시인은 시집 속 시인의 말에서 “이 뜨락의 풍경 속으로 잠입해 기어이 지워지고 싶다 얼룩진 기분이 햇볕의 이빨에 자잘하게 씹히는 풍경 일부가 된다면 언젠가 배고픈 이가이 뜨락을 지나치다 잘 마른 우울 한 조각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물론 그것은 배달된 전단지처럼 아주 사소한 일이겠지만”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