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는 7일,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함께 법정 무임승차 제도로 발생하는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해 정부의 국비 보전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건의문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의원과 관계 정부 부처에 전달됐다.
법정 무임승차 국비 보전을 위한 ‘도시철도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의 개정안은 제22대 국회에서 4차례 발의되었지만 현재까지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앞선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심의 보류 끝에 모두 폐기된 바 있다.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부터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어 온 국가적 교통복지정책이지만, 그에 따른 손실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588억 원의 손실을 자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손실액이 처음으로 7천억 원을 넘었으며, 이 중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은 4,135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은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으며, 2040년경에는 연간 손실액이 5천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무임손실 비용을 매년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있지만,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같은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고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철도 기관의 노사 대표자 12명이 참석해, 도시철도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비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노사 대표들은 “무임승차 제도는 정부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국가 정책으로, 발생하는 공익비용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의 이동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감당하고 있는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정부의 국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무임승차 손실을 자치사무로 보고, 지자체가 요금 인상 등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도시철도 운영기관 측은 “무임승차는 전국 단일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 사무이며, 현실적으로 요금 인상만으로 손실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반박해 왔다.
서울교통공사는 그간 입법 공청회와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국비 보전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번 공동건의문은 도시철도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절박한 외침”이라며, “입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도시철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