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박물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사연을 가진 유물들을 골라 인천과 대한민국, 동아시아가 걸어온 곡절 많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사람에게 팔자가 있듯이 유물에도 팔자가 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흔히 ‘기구하다’라고 말하듯, 인천시립박물관에는 유난히 기구한 운명의 유물이 많다.
시베리아 대지에 있어야 할 거대한 매머드 어금니가 왜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에 있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해군박물관에 나부끼고 있어야 할 120년 전 러시아 군함 깃발이 왜 송도 청량산 자락에 있을까. 개항, 청일전쟁,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6.25 전쟁, 산업화, 민주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인천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그렇게 시대의 굴곡을 지나 이곳에 안착한 ‘기구한 손님’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임오군란 당시 도망치다가 인천에서 죽을 뻔한 하나부사 일본공사 조난비, 구한말 선교사로 와 인술을 베풀던 약대인 랜디스의 십자가, 조선 최초 대불호텔이 중국요리집으로 바뀌며 내걸었던 ‘중화루’ 간판, 조선 국왕이 개항기 독일계 무역상사 세창양행에 하사했다는 나전칠기 장롱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김태익 인천시 시립박물관장은 “유물은 인간사의 반영인 만큼, 있어야 할 곳을 떠나 박물관에 안착한 유물들의 사연을 통해 인천이 걸어온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